2017년 7월 3일 월요일

대학생의 4학년 2학기 끝.


길고 어둡기만 했던 봄 학기가 드디어 끝이 났다.
모든 게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 허무해 울었다

한 학기 동안 19개의 에세이와 reading response를 써내느라 애를 좀 먹었다. 그 이외에 반복되는 시험들까지. 교양만 5개와 교양 같은 스튜디오를 들은 덕분에 매주 6-8개의 리딩을 읽어가야 했다. 새벽 5시에 자는 건 나에게 그리 특별한 경우가 아니었다. 매일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오히려 새벽 2시에 잠에 드려 하면 '오늘은 왜 이렇게 할일이 없지?' 하며 나를 다시 책상 앞에 앉게 만들었다. 주말에 앉아서 나 혼자 두꺼운 책을 붙잡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억울해 미칠 거 같은 기분도 자주 났었다. 누가 나에게 왜 놀지 않느냐, 사람들을 통 안 만난다는 말을 할 때면 나는 이 모든 것을 나열할 생각이 머리가 복잡해져, "요즘 그냥 피곤하네" 하며 어색하게 얼버무렸다. 나도 정말 많이 놀고 싶고 쉬고 싶었는데...

매일 나는 새벽 3시까지는 꼭 목표한 것들을 끝내기로 마음먹었었다. 그러다가 새벽 첫 전철 소리가 조용한 새벽의 고요함을 흔들어 놓을 때면, 나는 또 다시 그날 하루를 걱정해야 했다. 매 시간 새벽 5시 13분에 어김 없이 지나가는 첫 차 소리는 마치 내 잠 잘 시간을 앗아가는 거 같았다. '제발 오지 말아라...' 하며 진심을 다해 바랬다. 새벽의 기차소리는 낭만스럽지 않았다. 듣고 싶지 않았다. 밀려오는 압박은 마치 차곡차곡 쌓인 딱딱한 벽돌들이 틈새를 안 주듯, 빈틈없이 나를 사방으로 짓눌렀다. 정말로 매 순간마다 포기하고 싶었다. 새벽에 혼자 공부를 하다가 너무 힘들고 버거워서 서럽게 울던 날이 수도 없이 많았다. '오늘도 잘 견뎌야 한다...' 하며 스스로 다짐하고, 정말로 간절히 기도하지 않으면 나는 다시 힘없이 무너질것만 같았다. 아직 할것이 넘치는데 왜 자꾸 하루는 다시 시작되고 있나. 원망스러웠다. 철컹거리면서 들려오는 전철소리, 새벽에 모두 자는 이 시간에, 나는 다시 새로운 일주일을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무언가를 열심히 해야만 했다.

공부 욕심이 나서 들었던 철학 수업들은 내 열심을 배신하는 듯, 이해를 벗어나는 이야기로 겁을 주며, 작정하고 나를 바보로 만드는듯 했다. 철학자들은 세상이 지루했던 건 분명하다. 안 그래도 인간사에 얽매여 피곤이 살아가는 이 복잡한 세상에, 무엇이 그리 불만이었고 따지고 싶었을까. 무엇이 그리 심경을 복잡하게 하여 더 복잡한 이론으로 나까지 피곤하게 하는 것인가. 그냥 우리 심플하게 생각하자 제발

포부 넘치게 다 해낼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들었던 모든 수업은 내가 아는 영어로 강의하지 않았다. 영어는 영어인데 이 영어는 도대체 누가 쓰는 영어였던걸까.. 알파벳은 내 머리속에서 질서 없이 둥둥 떠 다녔고, 단어와 문장들은 서로가 원수진 것 처럼 세게 밀어내어, 나는 내가 읽은 문장들을 머리 속에서 쉽게 연결할수 없었다. 강의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아, 3시간 짜리 수업들을 모두 녹음해서 집에서 또 다시 혼자 연장 수업을 해야 했다. 매일 이렇게까지 처절하게 해야만 나는 그제야 그 수업의 일부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다시 책상 앞에 앉아 녹음을 들으면서 교수님의 농담 한마디까지 다 받아 적고 있자니, 나는 열외반에서도 꼴찌가 된 기분이었다. 모국어가 아닌 이상 열심히 해도 넘지 못할 한계가 있었다. 매일 이렇게 녹음을 들으며 받아쓰기까지 했다면 대충 알아들었을 법도 한데... 매번 3시간의 녹음 강의를 다 받아 적었을 무렵, 내 표정은 아까 강의실을 나올때와 다를 것이 없었다. 마치 이것은 살아 생전 처음 듣는 표정이었달까...

뭐든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면 모든 잘 되는 줄 알았던 내 생각이 틀렸었다. 모든 일에는 매번 다른 대답이 존재했다. 힘들면 그냥 가끔은 포기할 줄도 알고, 놓아주는 방법도 알 필요가 있었다. 다 끝난 이 마당에 깨달은 바다.

혹독하고 암담했던, 끝이 안 보였던 봄학기도 끝이 있긴 했다. 누구에겐 별거 아닐지도 모르는 일들이겠지만... 나는 대학 4년 다니는 동안 최고로 잔인하게 힘들었다. 어떤 날들은 밀려오는 압박과 과제에 너무 힘들어서 공부 하다가 학교가 폭발하길 간절히 기도 했다. 아님 갑자기 지진이 나서 학교를 못 간다던지... 아님 그냥 내가 없어지면 좋겠다든지.. 하지만 시카고는 아무 미동 없이 어제와 오늘, 또 내일이 다를 것이 없는 늘 평범한 일상의 반복이었다.

외롭고 추웠던 이 봄날들은 적어도 단단한 굳은살이 되어, 내 어딘가의 일부로 남아주길 바란다. 마냥 힘들기만 했던 시간은 아니었길.

이제 잠 좀 푹 자자
좀만 쉬고 다시 가자
다음엔 급하게 뛰지 말고 천천히 걸어서
.
.
.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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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어둡기만 했던 봄 학기가 드디어 끝이 났다. 모든 게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 허무해 울었다 한 학기 동안 19개의 에세이와 reading response를 써내느라 애를 좀 먹었다. 그 이외에 반복되는 시험들까지. 교양만 5개와 교양...